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서남 지역

중국 운남성(云南省, 윈난성) 여강(丽江, 리장) - 로고호(泸沽湖, 루구후) 칭른탄(情人滩, 정인탄)

YK Ahn 2022. 4.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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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자연경관 관광지로 가장 유명한 윈난성(云南省, 운남성)과 쓰촨성(四川省, 사천성)의 경계에 위치한 루구후(泸沽湖, 로고호)는 그 위치가 산속에 숨겨둔 보석같이 가기가 쉽지 않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았으나, 점차 루구후 경치의 아름다움이 소문나기 시작하면서 유명한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다.
루구후의 모습을 보면 마치 말발굽처럼 생겼는데, 이 특이한 모습은 루구후의 다양한 전설들 속에서도 등장한다.
루구후에 대해서 전해 내려오는 전설들 중에서 하나는 이렇다. 루구후에는 거무라는 여신, 즉 거무뉴션(格姆女神, 격무여신)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루는 연인인 호우롱(后龙, 후용)이라는 정령과 함께 즐거운 밤을 보내다가 날이 밝아오는 것을 늦게 깨달았다. 호우롱은 급히 말에 올라 탄 후 다시 하늘로 돌아가려고 하였으나, 당황한 나머지 말의 고삐를 너무 세게 잡아당겨 말이 크게 일어섰다가 내려왔는데, 땅을 차는 힘이 너무 강한 나머지 땅에 커다란 말발굽 모양의 자국을 남기게 되었다. 그사이 날이 완전히 밝아서 결국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호우롱은 산이 되어 버렸고 이를 바라보던 거무 여신은 슬픔에 빠져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는데 이 눈물이 지금의 호수를 만들었다. 산이 되어버린 자신의 연인을 보며 그를 기리는 마음에서 호수에 진주를 던졌고 그게 지금의 호수에 있는 5개의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후 결국 거무 여신도 산이 되어버린 연인을 보기 위해 자신도 산으로 변해버렸다는 전설이다.
이렇게 슬프게 헤어져서 산으로 변해버린 거무 여신과 호우롱 정령이 음력 7월 15일에 다시 만나는 곳이라고 전설 속에서 전해지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칭른탄(情人滩, 정인탄)이다. 칭른(情人)은 중국어로 연인을 뜻하는 말이다. 약 5km에 이르는 호변인데 이 곳에서는 산으로 변한 거무 여신과 호우롱을 모두 볼 수 있다.

루구후의 북쪽에 장엄하게 서 있는 저 거대한 산이 바로 거무 여신이 산으로 변한 거무뉴션샨(格姆女神山, 객무여신산)즉 거무여신산이다.

그리고 저 멀리 호수 중앙에 위치한 반도에 있는 낮은 산이 호우롱산(后龙山, 후용산)이다. 거무여신산은 루구후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그 높이가 3754m라고 한다. 산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게 낮은 호우롱산에 비해 거대한 거무여신산의 압도적인 크기가 인상깊은데, 이는 아마 이 루구후 일대에 사는 모수오주(摩梭族, 마사족)의 강한 모계사회의 영향일 듯 하다. 거무뉴션샨(格姆女神山)에서 거무(格姆)는 이 모수오족의 언어에서 왔는데 백색여신을 의미하며, 이 거무여신산은 스쯔샨(狮子山, 사자산)이라고도 불리는데, 모수어로 사자(狮子)는 다시 거무(格姆)를 뜻한다고 한다.

루구후의 호수물은 굉장히 깨끗해서 투명한데, 최대 12m 수심까지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특이하게 윈난의 호수에는 갈매기들이 많은데, 어떻게 이렇게 깊은 내륙에 들어와서 살게 된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아침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나도 평화로운 루구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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