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이야기/러시아 - 남부 지역

러시아(Russia) 볼고그라드(Волгогра́д, Volgograd) - 어머니 조국상(Родина-мать зовёт!, The Motherland Calls)

YK Ahn 2021. 2. 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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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Россия, Russia) 여행의 가장 큰 동기였던 2차 세계대전 중 거대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 이 볼고그라드(Волгогра́д, Volgograd)이다. 인구 100만명의 이 도시는, 유럽에서 가장 긴 강이자 카스피해에서 러시아의 중부지역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볼가강(Volga river)을 끼고 있어 볼가의 도시라는 뜻의 볼고그라드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1925년부터 1961년까지는 스탈린그라드(Stalingrad)로 불리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2차 세계대전 당시 가장 치열했으며 전쟁의 전환점이 된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방어사령관의 정치장교로 참전했으며 이후 소련의 서기장이 된 니키타 흐루쇼프에 의해 스탈린그라드라는 이름에서 볼고그라드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스탈린그라드 이전에는 차르친(Tsaritsy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볼고그라드는 여전히 러시아의 주요 공업도시이며, 2018년 러시아 피파 월드컵의 개최도시 중 하나이다.  

 

 사실 러시아 여행 시 2차 세계대전의 전투가 어쩌구 저쩌구 했던 도시는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도 아니고 러시아의 제 2의 수도라고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도 아닌, 스탈린그라드 이제는 볼고그라드로 불리는 이 도시인 것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배경이 바로 이 도시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모스크바 점령에 실패한 독일군은 소련의 유전지역인 코카서스로 진격을 하는 동시에, 그 길목에 있는 이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려고 했다. 도시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탈린그라드는 소련에게 있어서 경제적, 전술적, 그리고 상징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도시이기에 이 곳을 필사적으로 방어하였으며, 양측에 대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며 이곳에서 주력부대를 잃게 된 독일은 이후 전투에서 연패를 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짓을 끝내게 된다. 

 

 당시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의 인명 피해는 독일군 40만명을 포함하여 주축국가들에 85만명의 피해를 입히고, 소련은 이곳에서 110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며 단일 전투로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200만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되었던 이유에는 몇가지가 있어도 그 중 독일의 주력부대가 이곳에서 전멸했다는 것과, 40만명이라는 독일군의 피해는 당시 영국, 프랑스, 미국 등의 연합국들과 싸우던 독일의 서부 전선에서 발생한 전체 피해와 맞먹는 숫자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2차 세계대전의 전환점이 되었던 이 스탈린그라드와, 2차 세계대전의 끝이 되었던 히로시마는 서로 자매결연 도시이다. 

 

 어쨌든 그렇게 인류 역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과 반환점에 있던 도시를 가보기로 하였다. 상트페테르트부르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볼고그라드로 이동하였다. 러시아의 서북부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부에 위치한 볼고그라드는 거리로는 1700km정도 떨어져 있다. 육상으로는 이동에만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하였는데, 비행기도 이동에만 2시간 반정도 걸리며 수속과 대기 시간까지 하면 5시간 넘게 걸린 듯 하다. 비행기 시간을 느긋하게 잡아서 그렇기도 하거니와 먼거리로 인해 볼고그라드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거의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그림 속 풍경 같았던 볼고그라드 공항. 

 

 볼고그라드에서의 2박 3일은 '호텔 아스토리아'라는 곳에서 머물렀다. 1박에 5만원정도이며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건물은 허름하지만 방은 나름 괜찮았던 것 같다. 밤이 되면 호텔 정문을 잠가버려서 프론트에 계속 열어달라고 하는 것이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특이했던 것은 조식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데, 베이컨과 계란 후라이를 요청했는데, 베이컨이 아닌 삼겹살이 나왔다. 다음날도 주문했는데, 역시 베이컨이 아니라 순수한 삼겹살이었다. 

 첫날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어서 구경은 힘들 것 같아, 대충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도시를 구경하러 나갔다.

 

 볼고그라드는 앞에서 보았던 모스크바, 블라디미르, 상트페테르부르크 등과는 전혀 다른 도시 분위기와 건물들이 있었다. 옛 산업도시 같은 느낌.

 

 평평하기 그지 없는 볼고그라드에서 약간 올라온 언덕에 교회가 있다보니, 시내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다. 앞에 보이는 것이 볼고그라드 기차역. 

 

 교회를 잠시 구경한 후 다시 길을 걸었다 

 

 길을 따라서, 그리고 사람들을 따라서 걷다가 철로로 들어오게 되었는데, 더이상 열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갔는데, 그게 아닌 듯 했다. 한참을 걷다가 겨우 나올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나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개최되었던 볼고그라드 아레나 축구 경기장. 

 

 볼고그라드 아레나 건너편 저 멀리 거대한 어머니 조국상(Родина-мать зовёт!, The Motherland Calls)이 있다. 옆에 보이는 황금색 지붕의 건물은 모든 성자들의 교회(All Saints' Church)라는 이름의 교회가 보인다. 저 어머니 조국상을 보러 가보았다. 

 

 구글 지도가 가르쳐 준대로 갔더니 또다시 철로가 나와 막혀서 돌아서 가야 했다.

 

 마마이의 언덕(Mamayev Kurgan)에 위치한 기념관. 스탈린그라드의 전투를 기념하여 세워진 곳이라고 한다. 

 

 전쟁기념관이라 온통 전투적인 조각상들이 가득하다. 

 

 거대한 검을 하늘 높이 쳐들고 있는 87m의 높이의 거대한 여성 조각상인 이 어머니 조국상은 이 도시가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부터 얻은 국가를 구한 영웅 도시라는 상징을 나타낸다고 한다. 조각상의 이름은 '조국이 부른다'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2017년부터 시작된 대대적인 보수 공사로 인해 조각상이 사진과 같이 다 가려져 있어서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언덕의 8부 능선쯤에 있는 기념관. 레닌의 얼굴이 눈에 띈다.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면 영원의 불꽃(Eternal Flame)을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희생당한 이들을 위한 곳이라고 한다. 사진으로 보면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엄청 크다. 

 

 8000천톤이 넘는 거대한 어머니 조국상. 이 언덕 아래에 흐르는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면서 조각상이 기울기 시작하여 대대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런 모양인 듯 하다. 

 

 언덕 위에 있는 모든 성자들의 교회 쪽으로 가보았다. 

 

 교회 주변을 돌아본 후, 공사로 인해 접근 불가능한 어머니 조국상을 뒤로 하며 언덕을 다시 내려가기로 하였다. 갑자기 날씨가 어두워지며 비가 조만간 쏟아질 듯 변한 것도 있고 바람도 갑자기 많이 불기 시작하였다. 

 

 비가 조만간 쏟아질 듯 하지만, 그래도 볼가 강의 도시인 볼고그라드에 왔는데, 볼가 강은 봐야겠다 싶어서 강변으로 가보았다.

 

 볼가 강을 구경하다가 결국 쏟아진 비를 피해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큰 비를 피한 후, 비가 약간 줄어들었을 때 후딱 걸어서 주변에 있는 쇼핑몰로 이동하였다. 

 

 러시아 여행의 종착지이며, 화창했던 날씨가 여행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궂은 날씨로 변해서 그런지 이 곳 볼고그라드에서는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고, 사진도 많이 못 찍었다. 이곳에서 찾은 꽤 좋은 레스토랑이 있어 이 도시에 있는 동안 몇번을 갔었는데, 그 곳 사진도 하나도 없는 것 보니 이미 마음은 러시아에서 떠났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볼고그라드를 마지막으로 2주 정도의 러시아 여행을 끝내었는데, 다음에는 바이칼 호수와 시베리아쪽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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