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일상 생활 이야기

시장판 같은 중국 병원 진료실

YK Ahn 2022. 2. 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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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의사 '선생님'이라는 말이 나타내 듯이, '제 2의 부모님'이라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달아 줄 정도로 의사에게 굉장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때문에 생기는 극도로 짧은 진료시간과 때에 따라서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는 의사들이 있어서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존경심이 적은 중국에서는 한국과는 다른 문제가 있는 듯 하다. 

 한국의 병원이 세계적으로도 좀 특이하긴 하지만, 한국은 병원이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되며 전자화가 많이 되어 있는 반면, 중국의 병원들은 20년전 쯤의 한국의 지방도시에 있는 병원의 느낌이 많이 난다. 우선 건물들도 굉장히 오래되었고, 오래된 건물들의 특징인 실내가 약간 어둡다. 진료 접수등도 아직 예전처럼 수기로 하는 것들도 많고 뭔가 굉장히 복잡하고 시끄럽다. 원래 중국인들 중 특히 광동사람들이 목소리가 좀 커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이 많은 시간에 가면 정말 '시장 바닥'같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그런 것들은 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는데, 아직도 잘 익숙해지지 않은 것은, 의사가 진료를 볼 때 자꾸 다른 환자들이 왔다갔다 한다는 것이다. 이전에 진료를 보고 갔던 환자가, 의사는 이미 다음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진료실에 불쑥 다시 들어와 이것저것 다시 물어보기도 하고, 아직 진료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음 환자가 들어와 진료실에서 기다리거나 심지어 진료를 새치기할 때도 있다.

 위의 사진이 그런 일례. 와이프 차례가 되어서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한 부부가 진료실에 들어왔다. 옆에 서 있는 아줌마와 신발만 살짝 보이는 사람이 그 부부이며, 이미 상담이 끝난 환자이다. 이 부부가 갑자기 들어와서 오늘 자기 진료 본 것은 보험이 되는지, 약은 보험이 되는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을 의사한테 계속 물어보고 있는 장면. 웃긴게 이걸 또 의사가 짜증내면서도 다 대답해 주고 있다. 왜냐하면 의사가 대답을 안해주면 이 진상 부부가 진료실에서 나가질 않기 때문. 이렇게 상황이 어수선해지자, 갑자기 다음 차례로 생각되는 부부가 들어와서 와이프 옆에 앉아서 의사한테 자기 얘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뒤에 서있는 남자가 남편. 진료의 순서도 없고, 진료 상담 내용은 비밀이어야 하지만, 중국에는 그런게 없다. 왠지 더 들어올 것 같아서 문에 서서 더이상 못들어오게 막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도 자꾸 들어오려고 했었다. 순간 의사와 환자 혹은 환자의 보호자만 있어야 될 진료실에 의사와 서로 전혀 모르는 세가족이 서로의 문제와 병에 대해서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중국 정부는 계속 '문명', '문명인'등을 외치면서 예의와 공중도덕을 갖추라고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사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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