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다른 맛

중국의 짜장미엔(杂酱面, 작장면)과 한국의 짜장면 혹은 자장면

YK Ahn 2021. 12. 2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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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중국에 오기 전 한국에 있을 때, 간혹 들었던 말이 '중국에는 짜장면이 없다' 혹은 '짜장면이 있지만 우리가 먹는 짜장면과는 다르다', '예전에는 짜장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등이었다. 중국 식당의 대표적인 음식이자 어렸을 때 외식, 성인이 되어서는 별미, 이사하는날 꼭 먹는 음식의 대명사였던 중국 식당의 짜장면이 중국에 없다니? 이게 뭔가 싶었다. 사실 중국에도 짜장면이 있다. 중국어로는 자장미엔(杂酱面)이라고 부르며 한국식 한자로는 작장면이라고 읽어야 하는 이 자장미엔이 우리가 부르는 중국 짜장면이다. 중국이 워낙 크고 다양한 민족들이 만든 역사가 길다보니 지역에 따라 짜장면도 각기 조금씩 다른데, 이 중 한국에서 파는 짜장면은 중국의 화북지역인 베이징(北京, 북경)의 자장미엔이 한국식으로 변형된 음식으로 보인다.

베이징 자장미엔

중국에서 자장미엔이라고 부르는 음식은 한국의 자장면과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한국의 짜장면은 매우 많은 춘장과 함께 달착지근한 맛이 강한 반면, 베이징의 자장미엔은 춘장이 별로 없으며 달착지근한 맛은 없다. 한국에서 파는 짜장면처럼 얇게 썰은 오이가 나오지만, 큼직막한 양파는 보이지 않고, 고기도 큼직하게 숭덩숭덩 썰은 고기가 아니라 잘게 다진 고기가 나온다. 맛은 시골 짜장면이나 원조짜장면이라고 불리는 짜장면 집에서 나올 법한 그런 맛이다.
중국 쓰촨(四川, 사천)지역의 자장미엔은 쓰촨 음식답게 입을 얼얼하게 만드는 마라(麻辣) 맛이 약간 난다. 약간 맵다보니 보통 계란후라이를 넣어달라고 해서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사천지역의 자장미엔

또한 가장 큰 충격적인 차이점은, 중국의 자장미엔은 국물이 있는 것과 국물이 없는 것을 골라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간혹 자장미엔을 시키면 국물이 필요하냐 필요없냐라고 물어볼 때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게 참 충격이었다. 짜장면에 국물이 있다니...하지만 중국의 이런 면음식에 나오는 국물은 한국처럼 마시는 국물이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한 국물이니 굳이 마실 필요는 없다. 워낙 기름으로 범범이 된 국물이라 굳이 마시고 싶은 생각도 들지는 않지만...

한국의 짜장면과는 다르게 국물이 없는 중국의 자장미엔은 춘장이 별로 없다보니 보기에도 짜장면으로 보이지 않고 일반 국수처럼 보인다.

중국에서 와서는 아직까지 한국식 짜장면을 먹었던 적이 없어서 한국식 짜장면 사진이 없기에 짜파게티였는지, 짜짜로니였는지 모를 짜장면 라면 사진으로 대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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