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이야기/일상 생활 이야기

중국의 국경절과 '문명(文明)'

YK Ahn 2022. 10. 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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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국경절은 한국의 추석과 맞먹는 중국의 최대 명절 중 하나로, 대략 1주일 정도의 공휴일이 지정되기 때문에 민족 대이동이 일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2019년부터는 코로나 때문에 연휴간에 이동을 자제하라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여행을 가는데,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고 하더라고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이 시기에는 교통 체증이 정말 심하다. 그래서 보통은 국경절 연휴 기간 전후로 이동을 해서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하지만, 이 연휴시기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이 무료이고, 900km정도의 거리를 고속도로로 이용하면 톨게이트 비용만 15만원정도 나오다보니 이번에는 국경절에 이동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고 바로 후회하였다. 목적지는 광동성(广东省) 동관(东莞)에서 1000km가 조금 안되는 후난성(湖南省)의 봉황고성(凤凰古城)인데, 중간에 거의 포기하였었다. 교통체증이 없는 평상시에는 쉬지 않고 달리면 10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이고, 중간에 1~2번 잠깐 쉰다고 하면 11시간정도 예상하는 거리인 곳이다. 하지만 이번 국경절에는 10시간동안 150km를 겨우 지나왔다. 특히 광저우 근처에서 차가 1~2시간동안 멈춰서 있는 경우가 매우 허다하였고,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고속도로나 도로가 갑자기 폐쇄되는 경우가 자꾸 생기다보니, 3시간동안 가다서다 해서 왔더니 네비게이션이 다시 유턴해서 돌아가라는 안내도 나오고 하였다. 결국 11시간 예상했던 여정은 쉬지 않고 운전해서 26시간이 걸려서 도착하였다.

 중국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문화를 가장 필터 없이 보여주는 곳 중 하나가 중국 고속도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국에 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한국과는 매우 다른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였다. 한국이 주변사람들의 '눈치'와 '시선'에 매우 민감한 사회라면, 중국은 마치 서양의 개인주의와 같이 타인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조금 더 살다보니 이 중국 사회의 문화는 서양의 개인주의가 아닌 중국인이 가지고 있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중국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무관심하다. 이는 타인이 무엇을 하든 신경을 안쓰는 것도 있지만, 자기가 무엇을 하든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우리가 말하는 공공예절, 중국에서 말하는 '문명(文明)'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무법지대와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 

 고속도로에서 길이 막히면 이렇게 소변을 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심지어 도로의 오른쪽은 나무와 수풀이 있는 곳이라 눈을 피할 수도 있지만, 전혀 신경쓰지 않고 가까운 벽으로 향하는 것이다. 이렇게 2시간정도 서 있으면 고속도로의 벽은 다 소변자국으로 변해 있다...

 또한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차가 정체되어 멈추면 도로는 거의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심지어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음료수 병이나 각종 쓰레기들을 버리는 차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워낙 주변인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보니 좋은 점들도 있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 부끄럽거나 지탄받을 만한 행동'이라는 개념도 없어서 그에 따른 안 좋은 점들도 많이 발생한다. 중국의 대작가 루쉰도 이런 중국의 근현대 사회 풍토에 대해서 개탄하였는데, 그래서 중국 정부도  '문명(文明)화'를 많이 요구하는 추세이지만, 쉽지만은 않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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