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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동성(广东省) 동관(东莞) 호문진(虎门镇 후먼젼) - 호문아편전쟁 박물관(虎门 鸦片战争博物馆)

YK Ahn 2017. 5. 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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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관시(东莞市) 호문(虎门)은 동관 중심가와 심천 사이에 위치한 '진(镇)'으로 청말기 아편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 중 한곳으로 당시의 대포와 성벽들이 남아 있다. 호문에는 이 아편 전쟁과 관련하여 두 박물관이 있는데, 하나는 아편전쟁박물관(虎门 鸦片战争博物馆)이며 다른 하나는 해전박물관이다. 중국의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관람하다보면 중국 정부나 중국 사람들의 역사관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아편전쟁박물관도 그 중 하나이다. 

 아편전쟁은 청나라 말기 거대한 양의 영국 아편들이 청나라로 계속 수입되어 당시 청나라 국부(은)의 심각한 유출과 더불어 당시 수백만 이상의 국민들을 아편중독자로 만들어 국가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나 청나라 중앙정부에서 관리를 파견시켜 아편수입을 금지하고 당시 홍콩 항구에 선적하여 있던 영국 아편상들의 아편들을 파괴하거나 바다에 버림으로서 영국 정부와 청나라 정부간의 무역 분쟁이 국지적인 전쟁으로 번지게 되었던 전쟁이다. 이 아편전쟁은 당시 거대한 청나라를 무너뜨리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중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순간으로 남게 되는데, 수차례에 걸친 영국 파견함대에 의해 청나라의 각 항구도시가 순식간에 점령되고 군대가 절멸하게 되어 홍콩, 마카오를 서구 열강들에 내주게 되며, 상해에 치외법권지역인 조계지를 만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화사상에 젖어있던 청나라와 국민들을 충격속에 빠뜨리게 되었고 더이상 중국이 무서운 호랑이가 아니라 발톱과 이빨이 다 빠진 호랑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였다.  

 의당 박물관에 가게 되면 이러한 역사적인 사건 속에 등장하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보거나 역사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러 가는 곳이지만, 이 아편전쟁박물관은 이러한 기대와는 많이 다른 곳이다. 이 박물관은 아편전쟁에 대한 역사적 고찰보다는 '강한 중국인', '나라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군인과 시민들', '얼마나 영국이 치졸하고 사악하였으며 청나라가 얼마나 신사적으로 대응하였는지'에 대한 나열이라고 볼 수 있다.

 밑의 사진은 아편전쟁 박물관에 들어가면 보이는 동상이데, 왜세에 맞선 근육질의 군인들이 포를 에워싸고 국가를 지켜내는 장면은 박물관에 들어온 순간부터 '아, 내가 생각하는 박물관이 아닐수도 있겠다'라는 느낌을 매우 강하게 주었다.

청나라 중앙정부에서 아편에 의해 피폐해진 상황을 조사하고 관리하기 위해 보낸 고관의 동상

 당시의 포들...

박물관 내부인데 박물관이 크지않고 오히려 상당히 작은 편이다. 

 박물관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이런 모형들이다.

 당시 배에서 아편을 수입하는 항구도시의 모습이다.

 아편 담뱃대.

 당시 아편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일상. 이런 사진들이 꽤 있는데, 보통 다들 저렇게 누워있다. 물어보니 아편에 중독되어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어서 대부분 저렇게 누워서 아편을 피웠다고 한다.

 영국 의회에서 영국의 중국으로의 아편 수출을 반대하는 영국 국회의원의 모습. 그림을 보면 이 사람의 배경과 옷, 피부색은 밝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 즉 아편 수출을 찬성하는 영국 국회의원들은 어둡고 생기없이 그렸다.

 아편으로 국가 기강이 흔들리지 시작하자 청나라는 군대를 풀어 당시 항구 도시에 있던 외국 상인들을 몰아내기 시작하고 아편을 파괴하기 시작하였던 상황 미니어쳐.

 아편을 파괴하는 모습들. 

 아편을 파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청나라 관리들과 군인들 모형.

 사실 아편 전쟁에 있어서 이 부분은 영국의 아편 상인과 중국 정부와의 싸움이었고, 여기서 청나라 정부의 아편에 대한 국내 정책이 실패하자 공권력을 투입하여 싸우는 장면이다. 이 이후 영국의 정부 군대와 청나라 정부 군대의 싸움 전개 및 어떻게 거대했던 청나라가 몇척의 영국함대에 의해 그렇게 쉽게 함락당하고 치욕적인 체결을 맺게 되는지가 아편전쟁의 하이라이트임에도 불구하고 동관에 위치한 아편전쟁박물관은 여기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결국 '청나라 정부가 군대를 일으켜 사악한 영국 상인들을 몰아냈다...'라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청나라 정부의 공권력 투입이 옳냐 틀리냐는 정치경제에 대한 개개인의 의견이라고 하더라고 역사적인 이벤트는 그래도 제대로 전달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장소이다.

 아편꽃 모형들인데. 아편꽃이 예쁘다는 말은 들었지만, 모형이더라도 정말 예쁘고 화려하였다. 

아편전쟁박물관이 있는 호문 시가지.  건물들이 굉장히 오래되었고, 도시내에 악취가 심하게 났었다.

 도시내에 가득한 악취의 진원지가 이 호문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개천들이다. 밑에 보이는 물이 사진상에서는 하늘빛이 반사되서 약간 파랗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냥 검은 물이다. 완전히 고여서 썩은 물 같이 까맣고 악취가 진동을 한다.

 이 악취나는 개천을 따라서 산책로가 있는데, 도저히 근처에 있을 수가 없을 정도여서 멀리 피했지만, 이 개천 주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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