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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성(湖南省, 호남성) 장자지에(张家界, 장가계) - 위엔자지에(袁家界, 원가계)

YK Ahn 2022. 1. 27.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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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태자라 칭하며 반란을 일으킨 향대곤(向大坤, 샹다쿤)이 머물렀다하여 불리게 된 태자산(天子山, 티엔즈샨)이나, 이 반란을 진압하려 왔던 양업(楊業, 양예) 장군의 가족들이 아예 눌러앉아 마을이 만들어졌다하여 이름 붙혀진 양가계(杨家界, 양자지에)와는 다르게 원가계(袁家界, 위엔자지에)는 그 이름의 기원이 명확하지는 않은 듯 하다. 예전에 당나라 말기 때 황소(黄巢, 황차오)가 일으킨 농민봉기가 실패한 이후, 당나라 조정은 이때 민란에 가담했던 사람들을 모두 숙청하기 위해 명단을 작성하였다고 한다. 이 민란의 수령이었던 황소를 따르던 원(袁, 위엔)이라는 이름의 병사가 있었는데, 그는 당국에 체포되어 처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태자산의 옛 이름이었던 청암산(青岩山, 칭위엔샨)에 집을 짓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았다고 한다. 이후 이 병사의 이름을 따서 이 곳을 원가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한번 들어오면 다시는 못 나갈 것 같은 산세를 가진 이 원가계는 희미한 그 이름의 근원과는 다르게, 지리적으로는 장가계국가삼림공원(张家界国家森林公园)의 중심에 있으며, 장가계 공원에서 유명한 풍경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장가계공원의 동문에서 태자산이 아닌 원가계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면 바로 원가계로 올 수 있다. 원가계에 도착하면 바이롱티엔띠(百龙电梯, 백룡전제)라는 노천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엘리베이터를 중국어로 티엔띠(电梯)라고 부르니 '백룡 엘리베이터'라는 이름인데, 이 엘리베이터는 기네스에 등재되어 있는 '실외에 설치된 가장 높은 엘리베이터'이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로도 알려져 있다. 이 엘리베이터를 타면 원가계의 절벽을 그대로 따라 올라갈 수 있으나, 비용은 공원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휙'하고 너무 빨리 올라와 버리기 때문에 아찔한 경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짧지 않나 싶다.

백룡 엘리베이터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면 태자산과 양가계의 멋진 풍경들을 다 이곳에 몰아 놓은 듯한 절경이 펼쳐진다.

이런 곳에 들어와 살면, 속세와는 어쩔 수 없이 연이 끊어져서 살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장가계는 중국에서는 이미 유명했던 곳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아바타(Avatar) 영화 덕분일 것이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인 '할렐루야'라는 하늘에 떠다니는 섬들은 바로 이 곳, 그 중에서도 바로 이 남천일주(南天一柱, 난티엔이주)라는 돌기둥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이 남천일주는 장가계에서도 가장 유명한 돌기둥이다.

장가계의 돌기둥을 계속 보다보면 어느샌가 정말 떠다니는 섬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나 안개가 자주 끼는 장가계의 기후 특성상 안개 속에서 불뚝 솟아오른 이 돌기둥은 구름 속에 떠다니는 섬으로 보일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넋을 빼놓고 보게 되는 미혼대(迷魂台, 미훈타이)

기둥 아래, 혹은 떠다니는 섬 아래는 아찍한 낭떠러지이다.

원가계의 풍경 중 또하나의 자랑은 티엔샤띠이차오(天下第一桥, 천하제일교)라는 천연 다리이다. 자연적으로 생겨난 다리가 뭐가 유명한가 싶겠지만, 이 다리는 이 거대한 돌기둥의 꼭대기들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길이는 5미터정도이지만, 이 다리를 건널 때는 정신이 아찔해 진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풍경의 연속이 바로 원가계이다.

뒤뜰에 있는 화원이라는 후화원(后花园, 호우화위엔)

'이런 곳에 사람들이 살았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험한 산세이다. 정말로 속세를 벗어나려는 사람이나 도망치는 사람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런 곳에 살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을 피해 걸어다니면서 한참을 구경하다보니 휴게실같은 곳이 나와 푸드코트에서 잠시 휴식. 예상했던 것처럼 가격에 비해 어이없는 식사. 게다가 알루미늄 식판에 주는 밥이라니...

그래도 배고픈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로 다시 원가계 구경을 떠났다. 지금까지는 바위기둥의 위에서 보는 풍경이었다면 이제는 그 바위기둥을 내려와 그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면서 보는 풍경이다.

내려가고 내려가고 또 내려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드디어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온 듯 하다.

거인들을 올려다보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계곡사이를 한참을 걸어서 드디어 남쪽 출입구 근처로 나왔다. 이곳은 양가계 구경이 끝났던 그곳이며 황석채 구경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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