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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강서성(江西省, 장시성) 려산(庐山, 루산) - 려산(庐山, 루산)

YK Ahn 2023. 4. 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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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인들에게 안후이성(安徽省, 안휘성)의 황산(黄山, 황산)과 장시성(江西省, 강서성)의 루산(庐山, 려산)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산으로 뽑힌다. 외국인에게는 조금 낯선 산이긴 하지만, 중국 역사에서 중요한 이벤트들이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고, 고대시대부터 워낙 유명한 산이라 중국의 시인들이 이 산에 대해서 자주 시를 썼는데, 그 수가 4,000편이 넘는다고 한다. 특히 동진시대의 시인인 도연명(陶渊明)은 평생 이 산에 대해서 시를 썼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유명한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이 산을 5번 방문하여 14편의 시를 썼다. 특히 송나라의 문인인 소서(蘇西)는 "루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단지 몸이 산 중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여 루산을 중국인들에게 더욱 더 알리게 되었다고 한다. 

 루산의 최고봉인 한양봉은 해발 1474m이며, 역사적으로 워낙 유명하다보니 중국 국가명승지, 5A급 관광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세계지질공원이자 중국 10대 명산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들을 보유 하고 있기다. 하지만 그 유명세에는 거품이 있고 한번 방문하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관광지라는 오명을 갖고 있기도 하다. 

 루산 관광지 매표소는 산의 동쪽, 남서쪽 그리고 북쪽에 있는데, 이 중 동쪽에 있는 매표소는 다른 두 매표소와는 다른 코스이다. 루산은 루산시에 위치하여 있고, 산 안에 숙박시설이 많지만 요금이 비싸기 때문에 루산에서 5km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지우장(九江, 구강)에 숙소를 잡고 아침에 루산의 북쪽 매표소로 향하였다. 

 루산의 입장권은 정말 비싼데, 인당 250위안으로 4만8천원정도이다. 이 요금 중 160위안은 순수 입장권이며 90위안은 셔트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는 요금이다. 루산은 다른 산들처럼 하이킹을 위한 산이 아니라, 셔틀버스를 타고 유명한 스팟들을 점처럼 찍고 다니는 그런 관광지라서 셔틀버스를 어쩔 수 없이 타게 된다. 이 셔틀버스의 자유이용권을 사지 않고 1회권도 살 수 있는데, 한번에 20위안(4천원)씩 말도 안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나면 마을버스같은 셔틀버스를 타고 산위로 올라간다. 

 셔틀버스를 타고 한참 산을 오르고 나니, 산에 버스 터미널이 있었다. 여기에 온갖 단체관광객이나 산 밑에서 올라오는 셔틀버스들이 이곳에서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또한 이곳에서 루산의 본격적인 관광을 위한 셔틀을 또 타야 한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산이 많은 차량들과 인파로 시끄럽고 혼잡했다. 안내판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곳에서 물어물어 셔틀버스를 타야 했다.

 루산 관광지 내 셔틀버스 노선도. 제대로 된 지도조차 없어서 입장권에 프린트되어 있는 작은 지도를 보고 우선 신인동(仙人洞, 씨엔른동)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신인동점에서 셔틀버스에서 내려 사람들이 걸어가는 곳을 따라 갔다.

 제대로 찾아온 듯.

 루산은 도교가 발전한 산이기도 한데, 루산 안에는 200개가 넘는 도교 사찰이 있다고 한다. 이 신인동도 도교의 불사신 중 하나인 여동빈(吕洞宾)이 이곳에서 수련 후 불사신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 동굴이다. 

 동굴 앞 탁트인 풍경. 루산 주변은 모두 평지이고 넓은 평야 한가운데 루산만 불쑥 솟아나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평야에 중국어로 초가집을 뜻하는 '마우루(茅庐, 모려)'처럼 생긴 산이 있다고 해서 루산(庐山, 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신인동을 보고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산에 와서 셔틀버스만 타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루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음 행선지인 대천지(大天池, 따티엔츠)하이킹을 하기로 하였다.

 루산은 지방정부에서 작심하고 '셔틀 버스로 다녀야 하는 비싼 관광지'를 만들려고 했는지, 인도가 없이 차도만 있다. 셔틀버스가 지나갈 때는 옆으로 바짝 붙어야 했다. 그래도 풍경은 멋있다.

 차길로 한참을 걷다보니 따티엔츠로 들어가는 길이 나왔다.

 천지사(天池寺)라는 불교 사찰이 나타났다. 루산에는 도교사원도 많지만, 불교 사찰은 그보다 더 많아 36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명나라 때 만들어진 사찰이라고 하는데, 건물이 너무 새롭게 만들어진 듯 했으며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앞에 있는 작은 대천지라는 연못. 천지라는 이름의 연못이나 호수가 중국에 많기는 하지만, 도대체 '大'자는 여기다가 왜 붙혔는지 이해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곳이었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갈까 고민하다가,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어서 하이킹을 하기로 하였다.

 산 저 아래 멀리 다리가 보였는데, 아마 길을 따라 가면 저 다리와 만날 수 있을 듯 했다.

 루산의 절경 중 하나로 뽑히는 롱쇼우야(龙首崖, 용수애). 

 저 절벽은 이번 루산 여행에서 본 가장 멋진 풍경이었다.

 길을 따라 계속 내려오니 정말 다리있는 곳까지 오게 되었다.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에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1인당 80위안의 입장료를 따로 받고 있어서 포기. 비싼 입장료를 들어올 때 내었는데, 경치가 조금 좋은 곳은 따로 다시 돈을 내야 한다는게.. 정말 말이 안되는 곳이다. 결국 다리의 왼쪽편으로 걸어갔는데, 조금 걷다가 지도를 보니 굉장히 돌아가는 길이라 다시 내려와 지름길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지도에는 아직 나와 있지만, 어쩐 일인지 버려진 길을 발견하였는데, 지도에는 원래 가려던 길보다 몇배는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하이킹을 하는 사람들도 없을 뿐더러, 버려진 길이다보니 1~2시간동안 아무도 만날 수 없었지만 어느순간 머리 위로 지나가는 케이블카들을 발견하였다.

 한참을 걷다가 도착한 댐.

 셔틀버스가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다시 올라가기로 하였다.

 다시 도착한 루산 버스 터미널. 서쪽코스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너무 늦기 전에 동쪽 코스를 한두군데 가보기 위해서 서둘러서 다시 동쪽 코스행 셔틀버스를 탔다.

 원래는 동쪽 코스 끝으로 가려고 했는데, 시간이 늦어서 종점의 관광지를 이미 문을 닫았기에 중간에서 내리라고 하였다.

 하지만 여기도 추가 입장료 70위안인지 80위안인지를 내야해서 보지 않고 돌아가기로 하였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기 시작하면서 대기 시간만 한시간이 넘는 것으로 예상되어 걸어서 다시 버스터미널로 가기로 하였다. 과도한 입장료와 산답지 않게 시끄럽고 혼잡한 분위기 때문에, 어차피 왠만하면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곳이니 천천히 걸어서 산이나 구경하기로 하였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셔틀 버스를 타고 하산할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있었다.

개인적으로 루산은 예전에는 멋진 산이었을 것 같지만, 지금은 마구잡이 개발과 지방정부의 과도한 관광지 수입을 위한 바가지 요금으로, 왜 중국인들이 '한번 가면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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