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스리랑카 여행 글의 수정본>
시기리야( සීගිරිය, Sigiriya)는 스리랑카의 중앙에 위치한 고대 도시이자 궁전이다. 1982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었으며 스리랑카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하다. 시기리야에서 묵을 숙소는 시기리야 바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곳을 선택하였는데, 실제 숙소에서 시기리야 바위가 손에 닿을 듯이 보인다.
숙소에 짐을 풀고 바로 시기리야 바위로 향하였다. 시기리야가 관광지라서 주변에 뭔가 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말 시기리야 바위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고, 식당도 찾기 힘들었다.
스리랑카 여행에서 매우 자주 볼 수 있었던 원숭이들. 한국에서는 동물원을 제외하고는 원숭이를 볼 기회가 없었지만, 스리랑카에서는 원숭이들이 동네에 돌아다니는 개만큼 많고 사람들을 경계하지도 않았다. 중국에서도 관광지에서 원숭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스리랑카에서는 길거리에 시골개들 마냥 많았다.
숙소에서 멀지 않아서 걸어가면 금방일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좀 걸어야 했다.
드디어 도착한 시기리야 고대 성터.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새초록의 나뭇잎과 붉은색의 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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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을 사려고 하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내국인과 다른 금액의 입장료를 징수하였다. 내국인에게는 거의 무료이지만, 외국인이게는 인당 30달러정도였다. 워낙 특이하고 보기 힘든 곳이다보니 그렇게 비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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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도시의 건물들은 사라졌지만, 터들은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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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주한 전설의 시기리야 바위. 서기 477년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좌를 차지한 카샤파(Kashyapa)가 수도를 스리랑카의 고대도시인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에서 이곳의 시기리야로 옮겨 저 시기리야 바위에 성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후 이복동생이자 자신을 진정한 왕의 혈통이라고 부르던 목갈라나(Moggallana)나 쿠데타 후 인도로 피신하여 있다가 군사를 키워 다시 스리랑카로 돌아온다. 카샤파와 목가라나의 전투는 495년에 어이없게 끝이나며 20년도 안되는 카샤파의 통치가 끝나게 된다. 전설에 따르면, 전투에 직접 참전했던 카샤파는 코끼리를 타고 전투를 지휘하였는데, 전략의 변경을 위해 코끼리의 이동방향을 바꾸었지만, 병사들은 자신의 왕이 후퇴하는 줄 잘못 알고 왕을 버려두고 후퇴하였다고 한다. 전장에 이렇게 혼자 남겨진 카샤파는 포로로 잡히는 것보다 자결하는 것을 선택하였다고 한다.
목갈라나는 카샤파에게 승리한 뒤, 다시 수도를 아누라다푸라로 옮기면서 이 곳을 버려두었다고 한다. 이렇게 버려진 옛궁전은 승려들이 사원으로 14세기까지 사용되다가 다시 역사에서 사라진 후, 16세기에 칸디왕국의 역사에 잠깐 등장한다.
바위의 중앙에 'ㄱ'처럼 보이는 부분은 벽화가 있는 곳인데, 지금은 대부분의 벽화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500명의 여인들이 그려져 있었으며 벽화의 크기가 140m 길이에 40m높이였다고 한다. 아쉽게도 벽화는 보호를 위해서인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시기리야 바위의 위쪽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설치되어 있는 철제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올라기기 힘들었을 것인데, 정말 당시에는 난공불락의 성이 아니었을까 싶다. 카사퍄 왕이 이곳에 성을 만들었을 때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자모양의 조각상을 지나야 하게끔 만들었다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이 소실되고 사자의 발만 남아 있지만. 사실 '시기리야'는 '사자 바위'라는 뜻이다.
시기리야 바위위로 올라오면 멋진 야생림의 풍경이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다.
바위 위에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원숭이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랜기간동안 방치되어 있던 곳이다보니 바위 위에는 따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이곳의 원숭이들은 글을 읽을 줄 아는 것일까. 한 원숭이가 뭔가를 잡지의 일부를 곰곰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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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평화로운 곳이라서 그늘에 앉아 풍경을 보고 원숭이들이 장난치는 것을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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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으니 다가온 원숭이. 같이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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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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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스리랑카의 우기가 아니었음에도 저녁만 되면 비가 쏟아졌는데, 이날도 아침에는 구름 한점 없어 맑다가 저녁이 다가오자 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했다.
비가 쏟아질지 몰라서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다. 하지만 결국 중간에 비를 쫄딱 맞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저녁을 먹지 못해서 숙소인 민박집 주인에게 혹시 저녁을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니, 자기네들도 식사는 따로 없고 대신 약간의 빵과 버터를 주어서 겨우겨우 허기진 배만 달랠 수 있었다.
이 숙소의 최고의 장점은 숙소에 있는 오두막인데, 이 오두막에서 아침을 먹으며 시기리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카사피야 킹덤 뷰, 1박 2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