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동 지역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안휘성) 황산스(黄山市, 황산시) - 황산(黄山)

YK Ahn 2019. 8. 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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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매우 익숙한 황산(黄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명산이지만, 중국에서 고대에 제사를 지냈다는 5대 명산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사실 중국에는 '5대 명산'이라는 말 자체는 없고 오악(五岳, 우위에)라고 불리는 동서남북과 그리고 중앙에 있는 5개의 큰 산이 있다. (岳 자가 큰 산임을 뜻함) 오악에는 동쪽의 태산(泰山), 남쪽은 형산(衡山), 서쪽의 화산(华山), 북쪽의 항산(恒山), 중앙의 송산(嵩山)등이 있다.

중국의 명산인 황산은 이 오악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중국인들에게 회자되는 재미있는 문구가 있다. "오악귀래불간산, 황산귀래불간악 (五岳归来不看山 黄山归来不看岳, 우위에궈라이부칸샨, 황산궈라이부칸위에)"라고 하며, 그 뜻은 "오악에 오르면 다른 산이 보이지 않고, 황산에 오르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이다. 즉 오악이 너무 아름다워 오악에 오르고 나면 다른 산들이 눈에 차지 않고, 황산에 오르면 그 오악들이 눈에 차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황산의 천하명산다운 절경에 대한 감탄인 것이다.

또한 안후이 기차역에서 본 문구인 "등황산 천하무산 (登黄山 天下无山, 황산에 오르면, 하늘아래 더이상 산이 없다)"도 황산을 보기 전에는 그 기대와, 보고 난 후의 감동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된다.

황산을 오르기 전에 안후이 성의 또 하나의 자랑인 홍춘(
宏村, 굉촌)을 아침 일찍부터 본 뒤, 다시 기차를 타고 황샨베이쟌(黄山北站)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황산의 입구인 탕커우젼(汤口镇, 탕구진)에 도착하여 하루밤을 여기서 묶고 다음날 일찍 황산에 오르기로 하였다. 설악산 앞이 그렇고, 정동진 앞이 그렇듯이, 이 작은 마을도 황산을 보려는 관광객들을 위한 곳이 되어 온갖 호텔과 음식점들로 가득하였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은 황산운해루(黄山元海楼, 황샨위엔하이로우)라는 곳으로 트립닷컴에서는 '호텔'로 분류되어 있지만 산 주위의 관광호텔이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허접함이 가득한 여관 수준의 숙소였다. 이후 주변에 좋은 호텔들이 많이 생기고 비수기라서 그런지 지금은 조식포함하여 하루에 18,000원이라는 정말 여관다운 가격으로 떨어졌으나, 우리가 갔을 때는 6만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는, 그래서 방과 조식을 보고 매우 실망하였던 곳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는데, 안후이 음식을 맛보고자 안후이성 음식점을 찾았다. 황산맥주. 우리의 갈비찜같은 고기찜와 나물등을 시켜서 먹었다. 솔직한 평가로는 황산 맥주는 너무 평범한 맛이고, 고기찜은 비계가 거의 대부분에 너무 짰으며, 나물도 좀 짰던 것 같았다. 안후이성에는 맛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는게 사실인 듯 하다...

조금 실망스러웠던 저녁을 먹고 많이 실망스러운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고개를 절레절레하게 만든 호텔(?) 조식을 먹고, 황산이 이 모든 실망들을 씻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호텔 프론트에서 차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여 차를 타고 황산으로 향하였다. 아침부터 황산으로 가려는 어마어마한 인파들로 인해 길이 막혔으며, 셀수 없이 많은 관광버스들이 단체관광객들을 나르느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황산 매표소 입구에서부터 보이는, 오악을 내려본다는 그 황산의 위용에 눌려, 정말로 저 산을 오를 수 있을까, 걱정했었다.


표를 구매 후, 다시 관광지 내 셔틀버스를 타고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 케이블카와 도보 등산 중 도보 등산을 선택하였다. 중국에서 등산은 정말 피하고 싶은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카를 타지 않은 것은 순전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말도 안되게 많았기 때문이었는데, 순서를 받아서 타고 올라가려면 적어도 1~2시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경치 구경도 할 겸 등산을 시작하였다.



등산로 입구.




한참을 올라온 후 돌아본 모습. 사진 중앙이 등산을 시작한 곳.


등산을 하는 초중반 중간 중간에 본 산의 모습은, 딱히 다른 산에 비해서, 그리고 '황산에 오르면 오악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멋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등산이 그렇듯이, 산은 오르면 오를수록 멋있어 보이는 듯 하다.


중국 산에서 특이하게 야생 원숭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거대한 대륙에는 아직 보호받고 있는 야생의 지역이 많은 것 같다.


황산은 등산을 시작한 후 몇시간이 지나서 도착한 곳들에서 본격적으로 매력을 보여주기 시작하였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이 얇은 베일처럼 바위산을 가렸다가 슬쩍 보여주었다가 할 때마다, 동양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산의 모습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중국에는 사진 속의 소나무를 보지 않으면 황산을 오른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부러 누군가 심어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풍경을 만들어 주는 나무이다.


그림이나 CG가 아닐까 생각하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 황산이었다.


좁은 길을, 많은 사람들과 때때로 뒤엉켜 걸어가는 불편함 속에서도 '와, 와!'라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만드는 곳이다.



낭떠러 절벽위에 위태롭게 만든 돌난간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


몇몇 지역들은 생태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되었다.


7시간이 넘는 등산을 한 후 약간의 요기와 쉴 곳을 찾았으나,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 되어 서둘러 내려가야 했다. 예전에 친척 산장에 지낼 때 배웠던 것 중 하나가 산에는 해가 빨리 지니 어두워지기 전에 숲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둠이 뉘엿뉘엿 내려오기 시작한 후 색을 잃어가는 산속 길을 헤쳐가며 겨우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왔을 때는 산 속은 이미 칠흙같은 어둠속에 묻혀 있었다. 아직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비상 운행하던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올 때는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중에 있는 쇠줄 하나에 매달려 있는 케이블카에 '갇혀 있는' 모습에 덜컥 겁이 나기도 하였다.



다행히도 아무일 없이 산에서 내려와 호텔로 돌아올 수 있었고 2월의 황산은 쌀쌀하고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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