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북 지역

중국 북경(北京, 베이징) - 동관(东莞)에서 베이징(北京)으로 이동

YK Ahn 2021. 3. 1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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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살기 시작한지 6년이나 지난 작년 초에야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北京, 북경)을 보게 되었다. 일도 일이지만, 중국에는 멋진 곳이 많은데다가 멀다보니 후순위로 자꾸 밀리다가 작년 춘절(春节, 춘지에)에 마음먹고 가게 된 것이었다. 베이징은 지금 살고 있는 광동성(广东省) 동관(东莞)에서 베이징까지는 2,100km이상 떨어져 있다. 비행기를 타고 가도 3시간은 걸리는 거리이니 다시 한번 중국의 거대한 크기를 실감하게 해주는 거리이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끝내고 출발일이 다가오는 시기가 되자, 후베이성(湖北省, 호북성)에서 터진 신종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며 중국 정부가 긴장의 고삐를 단단히 잡기 시작했다. 더군다가 중국의 춘절은 중국인의 대이동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춘절기간이 잘 못하면 바이러스를 전국적으로 퍼다나르는 역할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중되고 있었다. 다만 이때만 해도 우한(武汉, 무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심한지 중국이나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나중에야 2019년 말부터 이미 발병했을 것이며 이미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의 존재를 공표한 2020년 초에는 변이 바이러스까지 나오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에서는 한국과 같이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 등을, 그게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포함하여,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이 사실상 없다. 위챗(微信, Wechat) 내에 페이스북(Facebook)과 비슷한 플랫폼이 있기는 하지만 이미 위챗은 중국 정부의 강한 감시를 받는 곳이라 감히 이곳에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 틱톡(Tik Tok)은 유튜브(Youtube)와 비슷하지만 좀 다르다. 유튜브가 콘텐츠의 어느정도 이상의 길이를 권장하는 반면 틱톡은 10초 내외의 짧은 가벼운 콘텐츠를 주로 하며, 중국 외부에서 쓰는 틱톡과 중국 내에서 사용하는 틱톡은 서로 서버도 다르고 완전히 분리된 플랫폼이다. 중국에서는 틱톡이 아닌 또인(抖音, 두음)이라고 불리며 인터페이스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서로 간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이곳에 사회 불만이나 고발등이 콘텐츠가 종종 올라오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콘텐츠는 당연히 없다고 보는게 맞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의 여러 도시들이 코로나로 작살이 나기 시작한 이 무렵에도 다른 성에 있는 사람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였고, 일상생활도 변함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이 춘절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귀향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에, 춘절 연휴 당일이 되어서야 중국에서 강력한 대책들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모르다보니 여행을 취소해야 하는지 아님 그냥 가도 되는지 계속 고민하다가, 당일날 아침 우선 심천 공항으로 가보기로 하였다. 

 베이징향 비행기를 탈 심천(深圳) 국제공항. 여느때의 춘절보다는 확실히 사람들이 적지만, 그렇다고 텅텅비어 있다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다. 심천 공항에 도착하여 발권하려고 하는데, 중국 정부에서 춘절기간에 이동하는 모든 기차, 버스, 비행기표는 100% 환불하여 줄 것이며 이동자제 권고가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때 굉장히 고민하였는데, 딱히 춘절기간에 동관에 남아서 할 것도 없는 상태여서, 조금 조심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때 이번 여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게 나은 선택이었지 않나 싶다.  

 

 베이징에 도착하였을 때는 저녁이었다. 심천공항보다 더 한산한 베이징 공항. 

 

 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들어가기 공항철도를 타고 이동하였다. 확실히 베이징은 북방지역이라 겨울에도 선선하거나 약간 으스스한 정도의 추위인 광동성보다 훨씬 춥다.

 

 공항철도에서 내려 지하철로 환승. 왠지 모르게 러시아의 지하철역을 생각나게도 하며, 한국 서울의 2호선 지하철역 같은 느낌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5~10분정도 걸어서 도착한 우리의 호텔. James Joyce의 책은 아직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베이징에 있는 그의 이름을 딴 호텔에서는 한번 묶어보자.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는 동안, 호텔에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여러가지 주의 사항들을 알려주었다. 마스크 착용의 의무와 함께, 조금 전 우리가 심천에서 베이징으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중국 정부에서 베이징의 주요 관광지들의 휴업을 지시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지였던 자금성과 더불어 만리장성은 내일부터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 호텔을 잡게 된 것도 자금성 및 베이징 내 여러 유적지나 관광지들을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가깝기 때문이었는데...

 

 그렇게 머리 아픈 체크인을 하고 호텔 주변에 있는 맥도널드와 슈퍼마켓에서 먹을 것들과 마스크등을 구매 후 호텔로복귀하였다. 

 

 이렇게 계획했던 것과는 너무 다르게 흘러갈 베이징 여행이, 그리고 베이징에 가 보았지만 베이징을 안 가본 것과 같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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