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북 지역

중국 북경(北京, 베이징) - 798 예술구 (798艺术区, 798 이슈추)

YK Ahn 2021. 6. 11.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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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北京, 북경)의 자금성(紫禁城, 쯔진청)에서 동북쪽으로 12km정도 떨어진 곳에는 798 예술구 (798艺术区, 798 이슈추)라는 곳이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심각화되어 우한이 봉쇄되고 전국의 대부분의 관광지들이 폐쇄된 상태였기 때문에, 베이징에 왔어도 딱히 볼게 별로 없었던 우리는 베이징에서 마지막 남은 하루를 어찌해야 할 지 모르다가 결국 이 798 예술구라는 곳을 돌아보기로 하였다.  

 

 호텔에서 나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798 예술구로 향하였다.

 버스에서 내려 썰렁한 거리를 걸어서 도착한 798 예술구. 이 798 예술구는 원래 냉전시기 구소련과 동독 그리고 중국이 합작하여 전쟁무기 생산공장 프로젝트인 718 프로젝트가 나중에 운용상의 편의로 세분화되어 나온 구역들 중 가장 큰 구역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공장가동율이 계속 떨어지며 대부분의 공장들이 텅빈채로 유지되다가 1995년에 중국의 예술가들이 이 빈 공장들을 임시예술전시회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그 후 더 많은 현대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중국과 베이징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의 거리로 변화되었다. 2000년 초에 중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진 798예술구는 그 유명세에 입대료가 너무 올라가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파도는 피해가지 못하였다. 특히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해외의 매체들이 이곳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거대 기업들의 상점들이 입점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오히려 가난한 예술가들은 이곳에서 밀려나서 흩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예상했듯이 거리는 텅텅 비어 있고, 모든 상점들과 전시장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전시관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모두 문을 닫아서 한군데도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주요 도로에 있는 박물관, 전시관, 상점들은 모두 닫은 것 같아, 큰길에서 옆으로 뻗어있는 길로 빠져들어가 보았지만, 이곳에 있는 건물들도 모두 문을 닫았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거리가 매우 깨끗하다. 

 조금 더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 보았지만, 여전하였다. 

 30분 넘게 이곳 798 예술구를 돌아다니며 드디어 발견한 첫 상점. 작은 소품들을 파는 상점들 몇개가 골목에서 하릴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간 서울의 인사동 골목같은 느낌이다.

 예전에 이곳이 거대한 산업지대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높이 솟아 있는 굴뚝들.

 어느 나라 여행이나 모두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여행의 재미인 사람구경이 없으니, 게다가 중국에서 이렇게 텅텅 비어 있는 관광지를 계속 돌아다니다보니 뭔가 너무 어색하고 죽은 도시에 있는 느낌이다. 

 1시간넘게 텅빈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겨우 발견한 카페. 이 넓은 지역에 유일하게 열려있는 카페였는데도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이 열려있는 카페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추운 베이징의 2월에 날씨와 썰렁하기 그지없는 798 예술구에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면서 쉴 수 있었다. 

 거리를 다시 나서봤자 볼게 없다는 것을 알지만, 딱히 허탕치는 것 외에 할 것도 없기에 다시 길을 나섰다. 

 기차 박물관인 듯 한 곳. 당연히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걷다보니 철교가 보여서 올라가 보았다. 

 딱히 볼 건 없었다... 

 텅빈 공장들과 건물, 거리로 가득 채워진 코로나 바이러스 시기에 베이징의 798 예술구는, 이런 알록달록한 전시물만이 이곳이 공업지대가 아닌 상업지대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예상한 것과 같이 허무하고 썰렁한 베이징에서의 마지막 날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낮에는 거리에 아주 드물게라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저녁에 나가본 베이징의 시내는 정말 텅텅 비어 있었다. 모든 상가는 다 문을 닫았고 사람은 한명도 없는 그런 폐허같이 화려한 도시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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