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북 지역

중국 북경(北京, 베이징) - 원명원( 圆明园, 유엔밍유엔)

YK Ahn 2021. 6. 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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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 등은 조선시대의 왕의 법궁인 경복궁에서 떨어져 있는 별채의 궁궐인 이궁(離宮) 혹은 행궁(行宮)이었다. 비슷하게 중국의 자금성(紫禁城, 쯔진청)은 법궁이고 원명원( 圆明园, 유엔밍유엔)은 청나라 황제의 이궁이었다. 이 원명원은 이화원(颐和园, 이허위엔)처럼 자금성에서 서북쪽으로 13km정도 떨어져 있으며, 이화원에서 동북쪽으로 2km정도 떨어져 있다. 이화원에서 가깝기 때문에 이화원을 본 후 같이 보면 좋을 듯 하지만, 이화원도 그렇고 이 원명원도 매우 크기 때문에 하루에 두 곳을 모두 본다는 것은 쉽지는 않았다. 이렇게 큰 줄 알았다면 이틀에 나눠서 보는게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1700년대 초부터 지어지기 시작한 이 곳은 원래 이 원명원은 어원(御园, 유유엔), 즉 임금의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이화원이 '여름 궁전'으로 불렸던 것과 비슷하게 이곳은 '겨울 궁전', 혹은 '옛 여름궁전'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하지만 1860년 2차 아편전쟁 때 영불 연합군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이 곳에 있던 수많은 유물들이 약탈되었다고 한다. 당시 이 곳을 완전한 폐허로 만들기 위해 영불 연합군은 3일동안 밤낮으로 방화를 저질렀으며, 당시에 약탈하였던 도자기, 그림, 귀금속, 석상 등이 얼마나 많았던지 현재는 전세계 47개의 박물관에 뿔뿔히 흩어져 있다고 한다. 중간 중간에 계속적인 복원 및 복구가 이루어졌던 이화원과는 달리 원명원은 아편전쟁 때 완전 파괴가 된 후 폐허로서 남아있다가 1984년이 되어서야 복원사업이 시작되었다.

 

 입장권은 성인 1명당 10위안인데, 중국에서 가격이 저렴한 입장권들이 그렇듯이 내부에 추가로 입장권을 사야하는 곳들이 있다.

 원명원은 이중적인 뜻으로 불리는데, 원명원이라는 정원 안에는 원명원(圆明园), 장춘원(长春园, 창춘위엔), 기춘원(绮春园, 치춘위엔) 등 세개의 정원이 있으며 이를 모두 합쳐서 다시 원명원이라고 부른다. 이 중 장춘원에는 당시 서양식으로 만들어진 건축물등이 있다.

 우선 기춘원에서 시작하였다. 

 작은 연못들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원명원에는 이렇게 크고 작은 연못과 호수가 굉장히 많다. 어디를 가든 늘 호수나 연못이 있는 정원이다. 

 엄청나게 많은 연꽃이 있는 복해(福海, 푸하이) 호수. 

 걸어서 장춘원으로 이동하였다. 

 장춘원 안에 있는 서양루경구(西洋楼景区, 씨양로우징추). 이곳이 옛날 청나라 시대에 서양식 건물들이 있었다가 아편전쟁 때 폐허가 된 곳이다. 추가 입장권 구매가 필요하다. 1인당 15위안.

 정말 폐허이다. 왠지 터키의 에페소스가 생각나는 곳이다. 비록 에페소스는 기원전 10세기경의 유적지인 반면, 이곳은 서기 18세기의 유적지이기에 둘 간에는 2500년이 넘는 간극이 있다.

 온통 다 폐허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원명원 안의 장춘원에서 일부부만을 차지하고 있는 서양식 건물들의 폐허 지역인 서양루경구는 이 거대한 원명원에서 5%정도 밖에 되지 않는 지역이다. 물론 원명원 자체가 무지막지하게 크다보니 5%도 굉장히 큰 지역이기는 하다. 

 저 뒤쪽에 있는 부분이 방와관(方外观, 팡와이꽌)이라고 하며 원래는 2층짜리 건물이었다고 한다. 

 이 장춘원의 서약식 건축물들 중 가장 유명하며 가장 큰 해안당(海晏堂, 하이얀탕). 건륭제가 유럽식 분수를 보고 감명받아 만들게 하였다는 분수가 이 해안당 앞에 있었다고 한다. 그 분수에는 시계도 같이 있었는데, 동양의 십이지 동물들의 조각사이 있었으나, 이들도 모두 약탈되어 중국 기업과 정부가 조금씩 계속 다시 사 들이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건륭제는 정말 서양 분수에 감동을 받았었나보다. 이 거대한 폐허는 대수법(大水法, 따슈에파)라는 거대 분수였다고 한다. 

 웅장한 이화원을 보고 난 후라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너머가고 있었고, 다리도 피곤하여 원명원은 반도 보지 못하였지만,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공원 크기가 크다보니 나오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대충 가장 가까이에 있는 출구로 나왔다.

 이 원명원을 끝으로 북경에서의 유적지 관람은 끝나게 되었다. 원래는 자금성과 만리장성이 리스트의 가장 위에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두 군데는 모두 폐쇄되어 후순위들만 보게 되어 아쉬운 여행이었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아있지만 북경에서 어디를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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