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중 지역

중국 호남성(湖南省, 후난성) 형양(衡阳, 헝양) - 형산(衡山, 헝샨)

YK Ahn 2023. 2. 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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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는 고대 중국 황제들이 제사를 지냈다는 5대 명산인 우위에(五岳, 오악) 있다. 그 중 후난성(湖南省, 호남성)에 있는 헝샨(衡山, 형산)은 오악 중 하나인 남악(南岳, 난위에)이다. 오악 중 가장 인기가 낮은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오악 중 하나이니 이번 춘절 여행 때 가보기로 하였다. 그렇게도 유명한 오악 중 하나이니 당연히 도시 이름도 헝산에서 따 왔을 것이다. 그래서 헝샨이 행정적으로 속한 헝양(衡阳, 형양)시는 헝산의 남쪽이라는 뜻이며, 헝샨은 헝양시 난위에추(南岳区, 남악구) 헝샨씨엔(衡山县, 형산현)에 속해 있다.

 중국의 춘절은 보통 짧게는 1주일에서 길게는 3주까지 늘어지기 때문에, 고향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여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오랜만에 다 같이 모인 가족 및 친척들과 같이 나들이 하는 사람들로 어디를 가든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중국에서도 른샨른하이(人山人海)라는 단어를 매우 자주 쓴다) 특히 아침에 부지런히 나들이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통 점심 시간이 지나면 정말 말 그대로 인산인해라는 말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모두 쏟아져나오기 때문에 이런 관광지를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아침에는 가야 한다. 

 헝산 근처인 헝샨현이나 난위에추에도 호텔이 많지만 비싸기 때문에 거리가 좀 있는 헝양시내에 호텔을 잡았다. 아침부터 나왔지만 9시쯤 헝샨 근처에 왔을 때는 이미 교통체증이 시작되어 일부 구간이 통제가 되기 시작해서 형산 입구에서 꽤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걸어가기로 하였다. 헝샨으로 가는 주롱루(祝融路, 축융로)는 원래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지만, 이날은 차량 진입을 막아버렸다. 난위에헝샨(南岳衡山, 남악형산)이라는 커다란 게이트가 멋지다.

 주롱루 옆에 난지에(南街, 남가)라는 길로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이 보여서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실상은 상가들이 밀집한 길. 사실 형샨을 오르는 사람보다는 헝샨의 남쪽에 있는 난위에따먀오(南岳大庙, 남악대묘)를 찾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남악대묘는 중국의 고대 황제들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원래는 헝샨의 최고봉인 주롱펑(祝融峰, 축융봉)에 있던 것인데, 수나라 때 편의를 위해서 산기슭 아래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후 화재에 의해 파괴되었다고 복원 및 증축을 계속 진행하면서 현재와 같이 거대한 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음력 1월 1일이 되면 중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한 해 소원을 빌기 때문에 인파가 굉장히 많다. 특히 다들 새벽같이 와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소원을 빌으려고 하고 때문에 이른 아침에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한산해 진다고 한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 남악대묘가 아니라 헝샨인데다, 헝샨과 남악대묘는 입구도 다르고 따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며 입장하는데마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남악대묘는 들르지 않고 헝샨으로 바로 향하였다.

 헝샨의 입장권. 겨울은 비수기라 78위안이고 성수기 때는 130위안정도 된다고 한다. 

 역시 마을버스 같은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입구 때부터 일회용 우의를 파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산에 올라오니 안개가 매우 짙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결국 일회용 우의를 사야했다.

 남악인 형산의 풍경도 매우 좋다고 하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전혀 볼 수가 없었다.

 나무에 얼음이 얼고 바람이 불어서 마치 소복히 눈이 쌓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헝샨의 최고봉인 주롱펑(祝融峰, 축융봉)으로 가는 길. 주롱펑은 해발 1300m로 헝샨의 72개 봉우리 중 가장 높다고 한다. 

 안개를 너머 앞에 보이는 것이 축융전(祝融殿, 주롱띠엔)으로 원래 남악대묘가 있던 곳이었지만, 남악대묘가 산 아래로 옮겨진 후 잊혀지기 시작하면서 폐허처럼 되었다가 청나라 때 다시 지금의 모습으로 세워졌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주롱은 헝샨의 산신(山神)으로 불을 다루고 당시 민간에서 숭배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황제(黄帝) -도교의 옥황상제 같이 중국 고대 전설에서 가장 높은 신-가 주롱에서 헝샨을 지킬 것을 명하였다. 주롱은 헝샨에서 산을 지키며 사람들에게 불의 사용법과 경작법을 알려주었고, 그가 죽자 이 봉우리에 묻혔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고대 중국 황제들이 그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해 이곳에 와서 제사를 지낸 것이다.

 축융전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등산이 쉽지 않던 시기에 1300m인 산 정상까지 올라와서 제사를 지내기에는 힘들었겠다 싶기도 하다. 

 주롱띠엔 내부. 촬영금지인 것을 모르고 찍은 사진.

 날씨가 맑을 때, 주롱펑에 보는 경관이 매우 멋질 것 같은데 아쉽게도 안개가 너무 짙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다시 내려가는 길.

 셔틀 버스를 탈 곳까지 다시 내려왔다.

 산 정상과는 꽤 다른 산 아래의 날씨이다. 헝샨은 겨울에 눈 덮힌 모습도 좋지만, 봄과 가을의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한다. 

 헝양시내로 돌아와서 먹는 첫끼. 샤오지공(烧鸡公, 소계공)

 오악 중 하나인 산이라 등산이 꽤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셔틀 버스를 타면 거의 산 정상까지 올라간 후 1시간정도만 더 걸어가면 되는 길이었다. 안개로 덮혀서 경치를 볼 수 없었던 것도 아쉽다. 중국의 오악 중 가장 쉽고 가장 인기가 적은 남악 헝산의 반쪽짜리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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