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스리랑카 여행 글의 수정본>
스리랑카(Sri Lanka) 중부에 위치한 누와라 엘리야 (නුවර එළිය, Nuwara Eliya)는 거주 인구가 3만명정도 밖에 되지 않는 도시이지만, 호튼 평원 국립공원(හෝර්ටන් තැන්න ජාතික උද්යානය, Horton Plains National Park) 덕분에 스리랑카의 주요 관광지 중 하나이다. 해발고도가 2,524로 스리랑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피두루타 라갈레(පිදුරුතලාගල, Pidurutalagala)가 있는 주(누와라 엘리야 주)이기도 하다. 누와라 엘리야는 '평원의 도시' 혹은 '빛의 도시'라는 뜻으로 평균 해발고도가 1,868m로 설악산 최고봉 높이(1,708m)와 한라상 최고봉 높이(1,947m) 사이에 있는 고원도시인 것이다.
이 누와라 엘리야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아마도 호튼 평원 국립공원(හෝර්ටන් තැන්න ජාතික උද්යානය, Horton Plains National Park)일 것인데 이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서 원래는 국립공원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잡으려고 했으나, 블루필드 티 (Blue field tea)라는 회사의 녹차밭을 구경한 후 이 누와라 엘리야 시내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예약한 숙소로 가는 버스가 이미 끊긴 상태인데다 거리가 30km나 되는, 스리랑카에서는 꽤 먼 거리라, (환불이 불가한) 원래 숙소를 포기하고 시내에 다시 예약을 해야 했다. 누와라 엘리야 시내에 있는 숙소를 인터넷으로 예약한 후 숙소로 걸어가는 중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숙소에 도착하였을 때는 물에 빠진 생쥐마냥 둘 다 비에 흠뻑 젖은 상태였지만, 숙소 주인이 너무 반갑고 친절하게 맞아준데다 불쌍해 보였는지 방도 더 큰 것으로 업그레이드 해 주었다.
국립공원 근처에 숙소를 잡아서 하이킹을 할 계획이 실패해, 누와라 엘리야의 여행은 망하나 싶었지만 다행히 숙소에서 국립공원에 가는 차도 예약해 주고, 아침에 먹을 수 있는 도시락까지 챙겨줘서 정말 운이 좋게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킹파크 빌라, 1박 3만원정도)
아직 어둠이 깊게 내려있는 새벽에 일어나, 숙소에서 준비해준 도시락을 챙겨서 예약해 준 차를 타고 호튼 평원 국립공원으로 향하였다.
호튼 평원 국립공원에 다가와가자 일출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여 입장권을 구매한 후, 국립공원에 들어가면 하이킹이 시작된다. 하이킹 코스는 원형으로 되어 있는데 총 7km정도이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거리이다.
고원이다보니 뭔가 하늘에 떠 있는 느낌이다.
하이킹 길은 비포장으로, 앞에 사람들이 이미 지나갔던 길을 따라 가는 방식이다.
호튼 평원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세상의 끝(World's End)라는 곳인데,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 '세상의 끝'에 도착하기 전 1km정도 거리에 Mini world's end라는 조금 더 규모가 작은 절벽이 있다.
절벽도 절벽이지만, 고원에서보는 하늘의 풍경은 절경이라는 것 밖에는 묘사할 수가 없다.
호튼 평원 국립은 1988년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해발고도가 2,100~2,300m나 되다보니 햇볕이 굉장히 따갑다.
세상의 끝(World's end). 1,200m나 되는 절벽이다.
'세상의 끝'에 앉아서 평온한 세상을 한동안 넋을 놓고 구경하였다.
'세상의 끝'을 지나 계속 하이킹을 하면, 이 호튼 평원 국립공원의 '평원'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사실 호튼 평원 국립공원는 원래 '거대한 노천 평원' 혹은 '거대하게 불붙은 평원' 이라는 뜻의 마하 엘리야 테나(මහ එළිය තැන්න, Maha Eliya Thenna)였다고 한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영국식민지 시절, 당시 제국주의 국가들과 그들의 거만함이 그렇듯이, 로버트 윌모트-호튼경이 1836년에 이 곳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면서 지금의 '호튼 평원'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고대 인도의 힌두교 서사시인 라마야나(रामायण, Ramayana)에 의하면, 스리랑카에서 세번째로 높으며 이 고원에 위치한 토타포라칸다(Totapolakanda) 산에, 이 서사시의 주인공인 라마(राम, Rama) 왕이 라바나 왕( रावण , Ravana)의 여동생인 수파르니카( शूर्पणखा, Suparnika)의 코를 자른 것에 대한 복수로 라마왕의 아내인 시타(Sitha)를 납치한 후 전설의 비행체는 비마나(विमान, vimāna)를 타고 이 고원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이에 분노한 라마왕은 하누만(हनुमान्, Hanuman)과 함께 이 곳을 침공하였다. 원숭이처럼 생긴 사람인 이 하누만은 이 고원에 산불을 질렀는데, 그 산불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이 곳을 다 태워버려 지금처럼 나무가 없는 초원이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 평원이 원래 이름이 '거대하게 불붙은 평원' 이라는 뜻의 마하 엘리야 테나(මහ එළිය තැන්න, Maha Eliya Thenna)라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 호튼 평원의 상층토양에는 검회색의 토양층이 존재한다.
평원에는 생각보다 물이 꽤 많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호튼 평원은 스리랑카의 주요 강들인 마화와리 강(මහවැලි ගඟ, Mahaweli river), 켈라니 강(කැළණි ගඟ, Kelani river), 그리고 와라웨 강(වලවේ ගඟ, Walawe river)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집'이 아니라 '그림 같은 초원'이 훨씬 어울리는 풍경이다.
호튼 평원 국립공원의 또다른 주요 지점은 베이커 폭포(Baker's fall)인데, 영국인 사무엘 베이커(Samuel Baker)의 이름을 따서 지은 폭포이다. 폭포는 주요 하이킹 코스에서 약간 곁길로 빠져있는데, 주요 코스에서 그리 멀지는 않다.
공원 하이킹을 끝내고 나오자 스리랑칸 삼바라는 사슴종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스리랑카는 예전에 영국인들이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열대지방의 동물원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로 다양한 동식물종이 있다.
호튼 평원에서 나와 차로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뭔가 꿈같은 경험을 한 후 현실세계로 나온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