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행 이야기/중국 - 화남 지역

중국 광동성(广东省) 차오산(潮汕, 조산) - 동관(东莞)에서 차오산으로 이동하기

YK Ahn 2021. 6. 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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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빨간색 원이 차오산(潮汕, 조산) 지역이다

 Covid-19로 인한 제약을 서양국가들이나 인접 아시아 국가들보다도 상대적으로 적게 받고 있는 중국이지만, 가끔가다 신규확진가 발견되면 그 지역은 대대적인 핵산검사와 함께 성간 이동에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기차표나 버스표 등을 살 때 아직도 신분증이 필요하며 핸드폰으로 동선을 항상 확인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러한 조치의 시행이 생각보다 용이하며 잘 통하는 것 같기도 한데, 올해 (2021년) 춘절이 다가오는 시기에 쓰촨(四川, 사천)지역에 또다시 확진자가 발견되어 중국 서남부 지역 일대에 방문 및 이동이 제한되었었다. 이에 따라 춘절기간에 총칭(重庆 , 중경)에 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광동성(广东省)에 남아서 광동성의 최동쪽에 위치한 차오산(潮汕, 조산)에 구경하러 가보기로 하였다. 차오산이라 함은 광동지역의 동쪽에 위치한 차오저우(潮州, 조주), 산토우(汕头, 산두), 지에양(揭阳, 게양) 등 이 세개의 도시 지역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굳이 이 세 지역만 따로 묶어서 부르는 이유는, 이 차오산 지역이 다른 광동지역과 언어나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광동의 대부분 지역이 광동어 혹은 Cantonese라고 부르는 홍콩에서 사용하는 방언을 사용하는 반면, 이 차오산 지역은 푸젠성(福建省 , 복건성)과 대만에서 사용되는 방언인 민난어(闽南语)를 사용한다. 또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등 동남아시아에 있는 대부분의 화교들이 이 차오산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이 차오산 지역 중 차오저우(潮州, 조주)를 먼저 가보기로 하였는데, 이 곳은 예전에 푸저우(福州)화동지역에 여행을 갈 때, 기차에서 보던 멋진 풍경이 기억에 남아서 도대체 여기가 어딘가해서 찾아봤더니 차오저우였던 곳이다. 그래서 나중에 한번 시간나면 가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차오저우는 중국의 화남지역 중 해남도를 제외하고는 본토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광동성에서 가장 동쪽에 있는 지역이다. 인구 250만명 정도로 인천과 비슷하지만, 중국의 도시들이 그렇듯이 크기는 인천보다 세배나 크다. 

 동관(东莞)에서 차오저우를 가기 위해 기차역에서 고속철을 탔다. 동관에서 350km정도 떨어져 있으나 고속철로는 2시간 30분정도 걸린다. 차오저우로 가기 위해서는 차오산쟌(潮汕站, 조산참) 기차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차오산쟌은 이 세개의 도시들의 지리적인 중앙에 위치하여 있다. 

 또한 차오산으로 가는 고속철은 열차여행 그 자체만으로도 꽤 좋은데, 이 기차가 중국남부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오른쪽으로는 남중국해를, 왼쪽으로는 화남지역의 지형을 볼 수 있다. 느릿하게 이동하며 바다향을 함껏 맛 볼 수 있는 스리랑카의 해안열차와는 다르게, 꽤 안락하고 조용한 고속열차 안에서 넓게 펼쳐진 바다를 보는 것도 꽤 괜찮기 때문이다. 

 광동지역을 포함한 화남지역에서 기차나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데, 바로 물이 가득차 있는 논들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논에 물이 차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무슨 웅덩이처럼 만들어 놓지는 않는데, 이는 중국 특히 남부지방에서 많이 하는 Rice-fish system의 논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한국어로 벼논양어라고 하는 듯 하다.) Rice-fish system은 논에 물고기들을 같이 양식하는 방법인데, 이게 중국에서는 이미 2000년 넘게 발전한 벼농사 방법이라고 한다. 논에 물고리를 같이 양식함으로서 물고기가 병해충 및 잡초등을 잡아먹고 물고기의 배설물이 다시 비료로 이용되며 물고기가 이동하며 논 바닥을 순환시켜줌으로써 토양의 질이 좋아진다고 한다. 병충해가 급격히 줄기 때문에 농약도 적게 쓰며, 벼와 물고기는 서로 공생관계로 지내며 벼의 생산량도 몇배로 늘고 물고기의 개체수도 몇배로 느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이미 중국을 포함한 남부 지방에서는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 중국에서 쌀을 사게 되면 쌀 포장지에 물고기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게 이런 논에서 나온 쌀이라는 광고이기도 하다. 

 어쨌든 주변 경치를 보다보니 어느새 차오산 기차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역 바로 옆에 버스정류장에서 차오저우로 가는 버스를 탔다.

 기차와 버스를 타고 드디어 도착한 차오저우. 첫 인상은 중국의 일반적인 지방도시 같다. 250만명이나 되는 도시가 지방 중소도시라니... 사실 580만명의 지에양과 530만명의 산토우에 비하면 차오저우는 차오산을 구성하는 세개의 도시 중 가장 인구가 적기는 하다. 

 예약한 숙소가 차오저우 고성(古城)안에 있어 고성안으로 이동해야 한다. 

 약간 광시(广西) 베이하이(北海, 북해)에 있는 라오지에(老街, 노가)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걷는 사람은 물론 자동차, 오토바이, 전동차, 인력거, 자전거까지 모두 같이 쓰는 도로이다보니 조금 혼잡한 시간이 되면 정말 정신없어지는 도로이다. 

 마치 옛 중국 영화 속에서 나온 듯한 거리를 걷는 느낌이기도 하다.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숙소. 차오저우 고성 내에는 건물 높이 제한이 있는지 높은 건물이 없다. 대신 5층정도 되는 건물을 개조해서 호텔이나 상점등으로 사용하는 듯 하다. 고성 내에는 숙소도 별로 없고 대부분 너무 비싸거나 시설이 별로 안 좋아서 고르고 고르다가 선택한 곳인데, 생각보다 별로 좋지는 않았다 (허서 인 - 차오저우 고성 파이팡제 광지 브릿지, 1박 6만원정도, 조식 불포함). 로비는 괜찮아 보이는데, 방이 너무 습하고 좀 불편했다. 대신 고성 내 있기 때문에 하루이틀 관광을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매우 괜찮은 듯 하다. 

  광동성에 있지만 다른 광동성의 지역과는 다른 차오산. 오히려 문화나 언어적으로는 푸젠성에 속하는게 맞지 않나 싶은 그런 차오산에서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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